그럼에도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클래스D 앰프에서조차 못내 아쉬웠던 것은 찰진 구동력이었다. 겉으로는 스피커를 너끈히 구동하는 것 같은데, 세밀히 관찰해보면 어딘지 빈틈과 앙상한 구석이 보였다.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겨우 스피커를 만족시키는 그 풍경이 안쓰러웠다. 자칫 어느 한 순간 밸런스가 무너지면 재생음에 파탄이 일어날 것 같은 그런 불안감.

최근 이러한 불안감과 걱정을 첫 음부터 불식시켜준 클래스D 파워앰프를 만났다. 일본 TAD(Technical Audio Devices Laboratories)의 스테레오 파워앰프 ‘M2500MK2’다. 싱싱한 음끝, 경쾌한 풋워크, 맑고 깨끗한 소릿결을 보면 분명 웰메이드 클래스D 앰프인데, 넓고 굵은 붓으로 일필휘지하는 듯한 대범한 구동력과 응집력은 전형적인 클래스AB 앰프처럼 들렸던 것이다. 시청 내내 ‘담대하게 싱싱하게’라는 단어가 떠나지 않았던 이유다.

TAD와 M2500MK2

‘M2500’ 오리지널은 2011년에 나왔다. 포지셔닝은 상위 ‘레퍼런스’(Reference) 시리즈의 기술들을 트리클 다운하면서 가격을 낮춘 ‘에볼루션’(Evolution) 시리즈의 2채널 파워앰프. 출력은 4옴에서 500W, 8옴에서 250W. 그래서 ‘2*500’이 모델명에 들어갔다. 동시에 나온 4채널 파워앰프 ‘4300’은 각 채널당 300W(4옴. 4*300)를 낸다. 참고로 TAD가 4옴 기준 출력을 먼저 표기하는 것은 TAD 스피커들의 공칭 임피던스가 모두 4옴이기 때문이다.

‘M2500’ 오리지널 및 2016년에 나온 ‘M2500MK2’는 TAD 레퍼런스 시리즈의 파워앰프 ‘M600’과는 여러 모로 다르면서도 여러 모로 같다. 우선 다른 점. ’M600’은 모노블럭 파워앰프로 4옴에서 600W, 8옴에서 300W를 낸다. 결정적으로 ‘M600’은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5패럴렐로 푸쉬풀 구동하는 클래스AB 증폭 설계로 출력단을 짰다. 무게도 훨씬 무겁고 진동 제거를 위한 내부 구조도 훨씬 치밀하다.

이에 비해 같은 점도 많다. 입력부터 출력까지 완벽한 대칭형 구성에 풀 밸런스 설계라는 점이 그렇다. 물론 완벽한 푸쉬풀 위상 증폭과, 입력을 타고 들어오는 커먼모드 노이즈를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전원트랜스까지 2개를 마련하고 평활용 커패시터를 비롯한 각종 부품 레이아웃까지 좌우 미러형으로 설계했다. 이렇게 완벽한 좌우대칭에 밸런스 설계가 되면 온도변화와 전자기장, 진동 등 모든 내외부 영향에 동일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된다.

튼실한 전원부 설계 또한 매한가지다. ‘M600’에서는 블럭당 대형 토로이달 트랜스포머 1개와 3만3000 마이크로패럿 용량의 평활 커패시터 3개를 투입했는데, ‘M2500MK2’에서도 이러한 포맷을 고스란히 이어받으면서 전체 용량만 줄였을 뿐이다. 스테레오 모델이자 좌우채널 미러형 설계라서 각 채널에 1kW 용량의 토로이달 전원트랜스 1개와 3만3000 마이크로패럿 커패서티 2개를 똑같이 투입했다.

M2500MK2 설계디자인

필자가 ‘M2500MK2’ 내부 설계디자인을 탐구하면서 가장 감탄했던 것이 ‘TAD가 그야말로 지극정성을 다해 앰프 곳곳을 설계했다”는 것이다. 출력회로는 출력 증강과 왜곡 감소를 위해 BTL(Bridged Transformerless)로 짰고, 전원에 더욱 민감한 클래스D 앰프 속성상 리니어 파워서플라이를 마련했으며, 진동과 공진 방지를 위해 통알루미늄을 절삭해 섀시를 만든 것이다. 노이즈 및 크로스토크 저감을 위한 풀밸런스, 듀얼모노 설계는 말할 것도 없다.

‘M2500MK2’는 기본적으로 ‘리니어 파워서플라이 + 클래스D 증폭단 + 브릿지 출력회로’ 구성이다. 이 순서대로 살펴보자. 클래스D 증폭 앰프는 원래 스위칭모드 파워서플라이(SMPS)를 다는 게 보통이다. 클래스D 증폭 자체가 아날로그 신호를 PWM(Pulse Width Modulation. 펄스폭변조) 신호로 바꾼 후, 이 PWM 신호 폭에 따라 스위칭 시간을 달리해 증폭하는 원리이기 때문이다. 영미권에서 클래스D 앰프를 스위칭 앰프라고 부르는 이유다.

하지만 TAD는 보란듯이 리니어 전원부를 투입했다. 고속 스위칭이 뒷받침돼야 하는 클래스D 앰프 속성상 전원 품질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MK2’ 버전이 되면서 전원부 용량을 거의 2배로 늘리고, 전원 회로의 내부 배선 길이까지 조정하면서 임피던스를 낮춘 것도 이렇게 넉넉한 전원을 빠른 스피드로 증폭단에 전해주기 위해서다. 이후에는 빠른 스위칭 스피드를 자랑하는 MOSFET이 PWM 신호 폭에 따라 온오프를 반복하면서 증폭에 나서고, 이렇게 증폭된 신호는 로우패스 필터를 통해 최종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돼 스피커로 넘어간다.

BTL 출력회로도 눈길을 끈다. ‘M2500MK2’는 좌우 채널을 완벽히 분리하고 각 채널의 플러스(+) 신호와 마이너스(-) 신호를 각각 증폭하는 듀얼 모노, 풀 밸런스 설계다. 그런데 이 밸런스 출력회로를 BTL, 즉 출력트랜스 없이 브릿지로 연결한 것이다. 즉, ‘M2500MK2’는 채널당 2개의 PWM 앰프를 BTL 접속해 4옴에서 500W를 출력하는 풀 밸런스 앰프라는 얘기다. BTL 앰프는 스윙전압이 2배로 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출력을 4배까지 늘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하나 ‘M2500MK2’에 스며든 TAD 특유의 꼼꼼한 사상이 있다. 바로 90kg에 달하는 통알루미늄을 파내 듀얼 모노용 섀시를 만들었다는 것. 물론 연결부위나 나사접점부를 없애 진동과 공진이 일어날 위험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43kg에 달하는 앰프 무게 대부분이 섀시와 전원부가 차지하는 셈이다. 이같은 제진 관련해서는 바닥면 3점 지지에서도 대책이 마련됐는데, ‘MK2’ 버전이 되면서 스파이크 구조로 바꿔 바닥에서 전해지는 진동의 영향을 저감시키고 있다.

시청

시청에는 TAD의 에볼루션 시리즈를 총동원했다. 소스기기로 TAD의 디스크플레이어 ‘D1000 MK2’와 DAC ‘DA1000’(동축 연결), 프리앰프로 ‘C2000’(밸런스 연결)을 투입, ‘M2500 MK2’와 다시 밸런스로 연결했다. 스피커 역시 에볼루션 시리즈의 스탠드마운트 ‘ME1’. ‘ME1’은 3웨이 동축 스피커로, 감도는 85dB, 공칭 임피던스는 4옴을 보인다.

Sarah K. - Stars 

Hell or High Water

첫 느낌은 파워앰프 ‘M2500MK2’가 클래스D 증폭임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겠다는 것. 풋워크가 무척 경쾌한 것을 보면 클래스D 증폭의 우월한 유전자를 물려받았음이 분명한데, 한치의 흔들림이나 애매한 구석이 없고 스피커를 아무렇지도 않게 힘 하나 안들이고 드라이빙하는 모습은 클래스A나 AB를 닮았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파워가 과분하거나 부족하다는 느낌이 없다. 음의 촉감은 뽀송뽀송한 느낌. 기탓줄이 손톱에 긁히는 디테일까지 모조리 스피커로 전해주는 점도 인상적이다. 전체적으로 음들이 펄펄 살아있고 태연자약하며 싱싱하다.

George Benson - Irreplaceable

Irrepplaceable

이 곡에서는 에너지감과 음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킥드럼의 경우 마치 시청실 정면 가운데 벽에 박혀있어 벽이 꿀렁거리면서 소리를 내는 것 같다. 온 몸이 무기인 무예타이 선수의 타격감에 비견할 만하다. 맑고 깨끗한 느낌도 여전하다. 아주 깨끗하게 구획 정리되고 곳곳에 나무가 많아 공기까지 맑은 도시를 바라보는 것 같다. 그러면서 미세먼지가 전혀 없는 푸른 가을 하늘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미풍의 감촉! 이어 들은 ‘Missing You’에서는 청자를 아주 편안하게 해준다는 덕목이 돋보인다. 어설픈 클래스D 앰프는 죽었다 깨나도 따라갈 수 없는 그런 경지다.

Benjamin Zander - “Mahler" Symphony No.6’(Mahler No.6)

Philharmonia Orchestra 

총주에서의 응집력이 대단하다. 대용량 전원부와 평활 커패시터로 이뤄진 파워서플라이는 이럴 때 필요한 것이다. 정보량이 폭증하고 음압이 순간적으로 치솟는 와중에도 허둥지둥대는 인상이 전혀 없다. 음들이 혼탁해지지 않는다. 프리앰프도 그렇지만, ‘M2500MK2’는 오로지 음들만을 뒷단으로 전해주는 스타일이다. 일체의 흔들림이나 착색이 없다. 풀 밸런스, 듀얼 모노 설계를 비롯해 앰프 곳곳에 깃든 섬세한 제진 대책 덕분일 것이다. 그리고, 이 곡에서 뒤늦게 깨달았다. 첫 곡부터 스피커가 사라져 있었음을. 좋은 의미에서 스피커 유닛의 존재를 전혀 의식할 수 없었던 것이다.

Eiji Oue, Minnesota Orchestra - Dance of the Tumblers

Tutti (Orchestral Sampler)

음끝이 시퍼렇게 살아있다. 풋워크는 굼뜨지 않고 경쾌하다. 동시에 맑고 싱싱한 음이다. 음의 입자가 상당히 고운 것을 보면 ‘MK2’ 버전이 되면서 손을 본 로우패스 필터 효과를 톡톡히 보는 것 같다. 작고 여린 음이라고 해서 무시하거나 대충 대하지 않는 모습도 대견하다. 이런 음들을 소중히 다뤄야 ‘음악성’이 살아남을 이 앰프가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그러다가 힘을 몰아줘야 할 때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폭우처럼 쏟아붓는다. 작은 붓으로 세밀화를 그리다가 갑자기 크고 두꺼운 붓으로 대범하게 큰 캔버스를 일필휘지한다. 강단과 완급조절이 대단하다. 한마디로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꽤 높은 파워앰프다.

총평

확실히 ‘M2500MK2’는 필자가 4년째 자택에서 애용하고 있는 300B 싱글 구동의 클래스A 앰프와는 결도 다르고 인상도 다르다. 진득함이나 대역간의 리니어리티, 고운 입자감은 필자의 클래스A 파워앰프가 앞서지만, 풋워크의 경쾌함이나 대출력에 따른 넉넉한 드라이빙 능력, 무엇보다 싱싱하고 풋풋하며 정교한 음의 촉감은 ‘M2500MK2’가 앞선다. 웰메이드 클래스D 앰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원인과 결과를 정리해본다. 스피커 드라이빙 능력과 관련한 ‘담대함’ 혹은 ‘대범함’은 대용량 그리고 고품위로 설계한 리니어 파워서플라이 덕분일 것이다. 브릿지 출력회로도 크게 한몫했을 것이다. 음의 촉감이 싱싱하고 풋풋했던 것은 PWM 신호 변환부터 MOSFET 스위칭, 로우 패스 필터링으로 이어지는 클래스D 증폭 회로가 완성도 높게 설계된 덕분. 착색이나 왜곡이 느껴지지 않는 정교한 재생은 풀 밸런스 설계와 통 알루미늄 절삭 섀시 등 TAD 특유의 제진 대책 덕분일 것이다.

앰프 자체의 만족도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M2500MK2’ 같은 앰프로 인해 또 이렇게 클래스D 앰프가 몇걸음 더 진화했음을 느낀다. 

Written by 김편